박찬욱 연출 美드라마 '동조자'는?…베트남·미국 이중간첩의 고백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는 미국 TV 드라마 '동조자'(The Sympathizer)는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옌의 장편소설이 원작이다.

베트남전 직후 베트남과 미국 사회의 이면을 이중간첩인 주인공 '나'의 눈을 통해 들여다보며 날카롭고 유머러스하게 그렸다.

 

이야기는 베트콩 재교육 수용소에 갇힌 '나'의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CIA 비밀 요원,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라는 자백으로 시작된다.


1975년 4월 남베트남 특수부 소속 육군 대위인 '나'는 수도 사이공이 함락당하기 직전 상관인 '장군' 가족과 함께 CIA가 제공한 수송기를 타고 괌으로 탈출할 준비를 한다.

원래 북베트남 출신인 '나'는 어린 시절 남쪽으로 피난을 가다가 CIA 공작원 '클로드'에게 발탁돼 정보 요원 일을 시작했다. 이후 클로드 덕분에 미국에서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고국으로 돌아와 경찰에 파견돼 방첩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사실 그는 북베트남이 남쪽에 심은 고정간첩이다. 겉으로 보기엔 베트남 대위이지만, 알고 보면 CIA 비밀요원이고 마지막 꺼풀을 벗기면 북베트남 고정간첩인 것이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간신히 괌으로 탈출한 '나'는 미국으로 건너가 같은 이민자 출신 베트남인들을 감시하며 이중간첩으로 살아가게 된다. 프랑스인 가톨릭 신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결국 어느 곳에도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작가는 나라를 잃었으면서도 여전히 탐욕스러운 베트남 군인들과 시혜적이며 오리엔탈리즘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미국인들, 미국 문화와 물질문명에 흠뻑 빠져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 사이에서 두 얼굴로 살아가는 '나'를 통해 당시의 첨예한 이데올로기와 고도의 정치·사회 풍자를 전개한다.

작가가 이같은 소설을 집필한 데는 개인사와도 관련이 있다. 베트남계 이민 2세대인 작가는 베트남에서 태어났으나 4세 때 가족 전체가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영문학과 민족학을 전공하며 두 세계 사이의 낙차를 끊임없이 인식하며 살아왔다.

작가는 첫 소설이기도 한 '동조자'로 2016년 퓰리처상을 비롯해 앤드루 카네기 메달, 펜 포크너 상 등 미국 주요 문학상 9개 부문을 수상했다. '뉴욕 타임스', '가디언' 등 8개 주요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히기도 했다.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옌(민음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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