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초점] 상상일까? 왜곡일까?…역사 속 길 잃은 드라마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면서 단 2회 방송만에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이런 가운데, 아직 방송을 시작하지도 않은 JTBC 드라마 '설강화'도 구설에 올랐다. 역사 왜곡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조선구마사'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극 중 태종(감우성 분)이 죽은 아버지 이성계의 환영을 본 후 광기에 빠져 백성들을 학살하는 내용, 명나라와 국경이 맞닿은 의주 지역에서 대접하는 음식이 중국식으로 차려진 점 등이었다.


전자의 경우, 전주이씨종친회(전주이씨대동종약원)도 "실존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왜곡해 방영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식 음식이 등장한 것에 대해서는 최근 중국이 한복이나 갓, 김치 등을 중국이 전통문화라고 주장하는 '신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부분이 자칫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지면서 SBS는 "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되지만, SBS는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 취소를 결정했다"라고 밝히며 드라마의 폐지 소식을 전했다.


극본을 쓴 박계옥 작가를 비롯해 연출을 맡은 신경수 PD, 출연배우인 감우성 장동윤 박성훈 이유비 정혜성 등도 각각 소속사 및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직 방송이 시작되지도 않은 '설강화'까지 역사 왜곡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 준 대학생 영초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다.


'설강화'는 최근 시놉시스 일부가 유출되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남주인공이 운동권인 척하는 간첩으로 설정된 것, 다른 남주인공이 안기부 팀장이지만 정의롭고 대쪽같은 인물로 묘사된 것 등을 지적하며 역사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JTBC 측은 "현재의 논란은 유출된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비롯됐고,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설강화'의 내용 중 일부까지 공개하면서 전혀 논란이 될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드라마들의 역사 왜곡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뉴스1에 "역사 속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면 그 인물에 대해서 평가가 갈리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시청자들 또한 보는 관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가 있다"라며 "굳이 그런 걸 선택해서 드라마 내에서 논쟁점을 만드는 건 좋은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그런 소지가 있다면 가상의 인물이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 평론가는 "시대상에 대한 고증에 대해서 판타지 사극이든, 정통 사극이든 이제는 조금 더 촘촘하게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지금은 문화적인 부분이나 역사적인 부분이 민감해진 상황인데, 드라마들도 이런 것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 평론가는 "'설강화'의 경우는 아직 나온 것도 없는 상황에서 문제 제기가 나온 것은 조금 과한 면이 있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역사 왜곡 논란이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창작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뉴스1에 "검열이라는 것이 권위주의적 정권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있고, 대중이라고 불리는 불특정 다수가 사회적 검열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은 후자의 상황"이라며 "이런 것은 어떻게 보면 창작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라고 얘기했다.


이 교수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특징은 한국의 특정한 상황에 보편적인 소재를 결합해 보편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라며 "아시아에서 이런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국가는 한국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예를 들어 킹덤'은 좀비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조선 시대와 융합하면서 보편적인 서사를 만들고 인기를 끌게된 것"이라며 "그 정도의 창작적 자유도 허락해주지 않으면 창작 활동이 상당히 위축되고 문화 산업에 심각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역사를 다룬 드라마들 있어 상상의 영역과 역사 왜곡의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조선구마사' 사태가 불러일으킨 역사 왜곡 논란이 향후 드라마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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