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7.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를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 속에 종영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연출 유인식/이하 '우영우')는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와 동그라미(주현영 분)의 따뜻한 우정으로도 훈훈한 여운을 남겼다. 동그라미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하던 우영우의 유일한 친구가 돼줬고, 우영우는 동그라미의 가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문제를 해결해준 든든한 친구가 돼줬다.

동그라미를 연기한 주현영은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이하 'SNL')에서 인턴 기자 특유의 캐릭터를 살린 '주기자'로 인기를 끈 뒤, '우영우'로 더욱 폭넓은 세대의 사랑을 받게 됐다. 그는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셔서 정말 행복하고 반가운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주기자'로 얼굴이 알려진 그였지만, '우영우' 이전에는 연기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는 뜻밖의 사실도 고백했다. 이에 그는 "전에는 기회가 워낙 없다 보니 이런 상황이 행복하고 벅차다"고도 했다.

특히 주현영은 'SNL'에서 보여줬던, 범상치 않은 끼와 재능으로 동그라미를 존재감 넘치는 캐릭터로 살려내면서 호평을 받았다. 그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우 to the 영 to the 우' 인사법은 많은 스타들이 패러디할 만큼 인기를 끌었고, 'SNL' 멤버 중 한명인 선배 신동엽에게도 "우리의 보물"이라는 칭찬도 받았다. 이에 주현영은 '우영우'에 대해 "복덩이인 작품"이라며 아낌없는 애정을 내비쳤다. 이젠 더욱 대세가 된 주현영, 그와 인터뷰로 만나 '주기자'부터 '우영우'까지, 그간의 활약 및 비화에 관해 들어봤다.

-동그라미는 대본에 나와있는 것보다 주현영 배우가 만들어서 더 돋보이는 캐릭터가 된 것 같다.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갔나.

▶캐릭터를 만든 과정에 있어 작가님께서 대본에 대사를 다 써주신 것이 컸다. 털보 사장님이나 영우의 말을 들으면서 툭툭 튀어나올 수 있는 말이나 행동들이 있는데, 그걸 준비하고 정해서 연기하면 동그라미가 말을 내뱉는 느낌이 살지 않더라. 그래서 최대한 미리 생각하지 않고 그라미로서 느껴지는 것을 즉흥적으로 연기하려 했다. 무엇보다 영우나 털보 사장님이 제 애드리브를 누구 하나 당황하지 않고 잘 받아준 것도 컸다. 제 애드리브를 더 발전시켜주기도 해서 든든하기도 했다.

-동그라미의 독특한 스타일링도 캐릭터를 한층 더 살렸다. 스타일링은 주현영의 아이디어인가.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힙하지만 힙하지 않고, 따라하고 싶지만 따라하기 싫게 스타일링을 해달라고 하셨는데 처음에 너무 난감하더라. 저의 담당 실장님이 의상을 다 준비해주셨고, 저는 준비된 의상을 보면서 작게나마 의견을 냈다. 헤어스타일도 고민이 많았다. 당시 다른 드라마도 같이 촬영하고 있었는데 두 작품 스타일링이 다르다 보니 길이 유지가 쉽지 않았다. '우영우' 초반에는 쇼트커트인데 점점 머리가 자란 것처럼 보일 거다. 한 장면임에도 촬영을 나눠서 할 땐 머리 연결을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헤어 담당 실장님께서 기술을 쓰셔서 머리를 땋아 안쪽으로 붙여서 쇼트 커트처럼 보이게 해주셔서 차이가 크게 나 보이지 않았을 거다.

-주현영 배우의 실제 모습과 동그라미는 간극이 정말 크다는 인상을 받았다. 동그라미는 본인과 접점이 있는 캐릭터였나.

▶저도 사실 속으로 느끼는 생각이나 감정은 있지만 겉으로 솔직하게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인데 그라미 만큼은 솔직하게 드러내는 인물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라미는 표현 방법이 다른 인물이라 느꼈고, 그래서인지 그라미에게 대리만족을 했다.(웃음) 처음에는 그 솔직함이 공감이 잘 안 돼서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는데 점점 갈수록 자연스러워졌고 속이 시원해졌다.(웃음)

-주현영의 실제 성격은 어떤가.

▶실제 성격은 부끄러움이 조금 있다. 친구가 좋아지고 친해지면 엄청 밝은 모습도 나오는데 그 전에는 소라게 속에 숨은 것처럼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것 같다. (웃음)

-주기자와 동그라미를 연기할 땐 본인과 공통점이 없는 내면을 꺼내야 했는데 어렵진 않았나.

▶사실 어색하기도 했다. 연기가 재밌는 것도 있지만 연기를 시작할 때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갖고 한다. 주현영의 원래 모습을 갖고 있으면 이 장면에서의 연기를 해낼 수가 없으니까 해야만 하는 의무감이 사실 크다.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시작을 했다가 중간부터 저도 모르게 빠져든다. 시작할 때부터 바뀌는 건 아직 어렵더라.

-동그라미는 우영우가 최수연(하윤경 분)을 만나기 전까지 유일한 친구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나.

▶그라미는 영우를 약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영우가 약자라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런 점을 크게 인식하지 않았고, 좋아하는 걸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친구이자 가족이라 생각했다. 다른 이들 시각에서 조심스러워 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고, 그라미 또한 영우에게 의지할 때도 많았기 때문에 그를 꼭 지켜줘야 하는 보호 본능이 있는 친구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4회에서는 그라미네 가족이 영우 덕분에 다시 행복해지기도 했던 만큼,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친구 사이라고도 봤다. 그라미에 대해서도 영우를 지키는 보디가드 같은, 단순히 지켜주는 존재에서 그치지 않고 서로가 의지하는 친구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우 to the 영 to the 우' 인사법이 화제였다.

▶처음 대본엔 '우영우영우 동동그라미'라고 지문이 돼 있었다. 작가님께서 제가 'SNL'에서 만들어온 부분이 있으니, 인사법을 재밌게 만들어주면 좋겠다 해주셨는데, 저는 이걸 은빈 선배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니까 소통해보려 했지만 현장이 매우 바빴다. 그래서 제가 먼저 만들어서 선배에게 컨펌을 받아야겠다 했다. 실제로 저는 그라미와 세대가 같아서 실제로 들어온 유행가도 비슷했다. 빅뱅, 티아라의 노래를 많이 들었었고, 그래서 빅뱅 선배님들의 '마지막 인사'에서 "B to the I to the g Bang Bang"을 인용해보자 했다. 동작도 작가님께서 '힙' 했으면 좋겠다 하셔서 힙합 제스처 중 따라하기 쉬운 걸 보고 만들었다. 많은 패러디가 있었는데 (인기가) 와닿지 않고 정말 신기했다.

-친구 사이로 나온 우영우 역 박은빈과 호흡은 어땠나. 

▶제겐 이 드라마가 첫 드라마이기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SNL'과 현장 분위기가 달라서 겁도 많이 먹었다. 그런데 은빈 선배가 연기적으로 불안할 때마다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방금 했던 게 만족스럽지 않다, 어떡하지" 했을 때도 선배가 "이게 최선이었고 만약 이상했으면 감독님께서 멈췄을 거다, 잘 했기 때문에 넘어간 것"이라고 안심시켜줘서 마치 영우가 그라미한테 반한 것처럼 저도 선배한테 반했고, 이후부터 선배한테 집착을 하기 시작했다.(웃음) 은빈 선배도 주연으로서의 무게감, 책임감이 깊어서 배우들과 밥도 함께 먹지 않았다. 주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고 사람 많은 곳도 가지 않더라. 또 자기 연기만 생각하지 않고 배우들, 제작진까지 주변 사람들을 모두 신경 쓰면서 했다. 그 모습이 제겐 반드시 배워야 할 교과서처럼 보이기도 했다. 선배를 당장 흉내낼 수는 없지만 언젠가 선배에게 배운 대로 해야겠다 생각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너무 신기하게도 어떻게 이렇게 수많은 배우들 중에서 우리를 모아주셨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랑이 넘쳤다. 서로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인데 지금은 헤어진 마음을 느끼기 싫어서 서로 '고생했다'는 말도 안 한다. (웃음) 매일매일 단톡방에서 얘기도 하고 시덥잖은 농담도 하고 화보 찍은 것도 공유하기도 하는 등 정말 많이 친해졌다. 단순히 서로 잘 맞아서가 아니라 배려도 컸고, 표현에 인색하지 않았던 현장이라 친해질 수 있었다. 

-권민우(주종혁 분)와 러브라인이 이어지지 않았는데 아쉬운 점은 없었나. 

▶정말 아쉽지 않았다.(웃음) 왜냐하면 그라미가 사실 권민우만을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사람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권민우보다 멋진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 마음이 바뀔 수 있는 친구라 생각했다. 제주도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미련이 살짝 보이는 부분은 있지만데 그렇게 질척이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돌아서는 게 그라미이지 않을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