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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손수건에 수놓은 글자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손수건에 수놓은 글자 
 
오랜 전 영국의 어느 목사님이 탄광촌의 광부들을 위한 목회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탄광의 갱이 무너지면서 그 교회에 출석하던 성도 40여명이 갱 속에 매몰되어 생명을 잃은 대형 참사가 발생하였습니다. 
 
목사님은 그 많은 유족들의 비통한 슬픔을 혼자로서는 도저히 위로하며 감당할 수가 없어서, 당시 명망 높던 스탠리 존스 목사를 초청하여 위로의 설교를 부탁하였습니다. 
 
스탠리 존스 목사는 무거운 마음으로 강단에 서서 설교를 하던 중에 주머니에서 글자를 수놓은 손수건을 하나 꺼내 들고는 그 손수건 뒷면을 성도들에게 보여주면서 거기에 무슨 글자가 보이느냐고 물었으나 글자를 수놓은 뒷면이라 무슨 글자를 수놓았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존스 목사는 그 손수건을 돌려 수건의 앞면을 성도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거기에는 또렷하게 “God is love.”(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우리는 인류 사회와 역사를 하나님께서 선하게 통치하신다는 사실을 잘 알고 또 확실히 믿고 있으면서도, 때때로 불의가 정의를 유린하고, 악한 세력이 선한 질서를 파괴하고, 정직하고 선량한 사람이 이유없이 고통을 당하고, 악인이 흥왕하는 것을 보면서 마치 수놓은 손수건의 뒷면을 보듯이 온세상의 질서가 다 파괴된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좌절감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현상을 가까이서 보지 말고 멀리서 보고, 짧은 시간 속에서 보지 말고 긴 역사 속에서 보게 되면 하나님의 깊으신 뜻을 알게 될 것입니다. 
 
오래 전 6ㆍ25 직후, 소설 대지(大地)의 저자 펄 벅 역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녀가 한국 농촌을 지나가다가 한 농부가 소달구지에 짐을 절반쯤 싣고 가는데 그 농부도 자기 지게에 무겁게 짐을 지고 가는 것을 보고 그 농부에게 물었습니다.    
 
“왜 당신의 짐을 달구지에 싣지 않고 힘들게 지고 가십니까?” 그러자 농부가 말했습니다. “저 소의 노고를 좀 덜어주고 싶어서요.” 
그 말을 들은 펄벅 여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이제 한국 방문에서 보고 들어야 할 것은 다 보고 들었습니다.” 그녀는 그 농부를 통해서 한국인의 선하고 아름다운 품성을 보았던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으로 파견나온 프랑스의 모 일간지 기자가 부산에서도 피난민들이 모여 사는 높다란 곳 달동네를 올라가는 한 여인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여인은 머리에 물 항아리를 이고, 등에는 갓난 아기를 업고, 오른 손에는 무거운 보따리를 들고, 왼손에는 이제 겨우 걸음을 걷는 어린 아이의 손을 붙들고 가파른 언덕 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 기자는 그 사진을 본국 신문에 보도하면서 이런 설명을 붙였습니다. “이렇게 강인한 의지력을 지닌 국민이 곧 다시 일어서지 않겠는가!”
 
앞에서 두 외국인들이 우리 국민성을 평가했듯이 우리의 선한 품성과 끈기 있는 노력과 인내 위에 하나님의 도우심이 계셔서 6ㆍ25로 인한 참혹한 폐허에서 오늘의 번영을 이루었고 한강의 기억을 일구어 냈습니다.
 
우리에게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수 많은 시련들이 엄습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손수건에 수놓은 뒷면만을 보면서 실망과 좌절을 겪게 되지만 손수건의 앞면을 보게 되면 거기에는 모든 혼돈과 무질서에 해답을 주는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는 하나님의 속성 앞에 우리의 영원한 안식처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 인간이 그 어떠한 원인 때문에서든지 시련을 겪게 된다면 하나님은 언제나 그 시련을 통해서도 우리를 성숙케 하시면서 우리를 위로하시고 치유하시고 회복시키시지 않고는 못 견디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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