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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1-23 12:40
눈산조망대/ '노란 벽돌 길’과 ‘참깨 길’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2,880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전 고문

'노란 벽돌 길’과 ‘참깨 길’

얼마 전 듬직한 체구의 30대 여인이 처음 등산해본다며 시애틀(한인)산악회에 나왔다. 보나마나 얼마 못 올라가 주저앉을 것으로 짐작됐던 그녀는 놀랍게도 시종 선두 그룹에 끼어 완등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주파하고 온지 얼마 안된다고 했다. 제주도 올레길을 다녀온 한인들은 많지만 장장 8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트레킹한 한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

미국에도 올레길이나 순례길처럼 인기 있는 길이 있다. ‘노란 벽돌 길(Yellow Brick Road)‘이다. 하지만 실존하지는 않는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년)에서 주디 갈란드가 세 친구 및 강아지와 함께 에메랄드 성으로 마법사를 찾아가는 모험 넘치는 길이다. 이 길은 3,000만장이나 팔린 엘튼 존의 히트곡 ’노란 벽돌길이여 안녕‘(1973년)으로 또한번 인기가 폭발했다.

하지만 더 인기 높은 길이 하나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은 물론 지구촌 어린이들의 발길 아닌 눈길을 사로잡아온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 참깨 길)’이다. 1969년 11월 10일 미국 공영방송 PBS가 방영하기 시작한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난 10일 50주년을 맞았다. 호화 기념특집 쇼가 지난 9일 HBO를 통해 방영됐고 17일엔 PBS를 통해 재방됐다.

세서미 스트리트의 주요 캐릭터들이 전국 10대 도시 순회홍보 여행 중 LA에 들른 지난 8월 에릭 가세티 시장은 다저스 구장에서 조촐한 환영행사를 갖고 8월2일을 ‘세서미 스트리트의 날’로 선포했다. 뉴욕시는 방영 40주년 해였던 2009년에 일찌감치 11월10일을 세서미 스트리트의 날로 지정했고, 브로드웨이의 한 모퉁이를 상징적 ‘세서미 스트리트’로 명명했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실존하지 않는 각양각색의 꼭두각시 동물들이 주인공이다. 빅버드, 엘모, 버트, 어니, 그로버, 쿠키 몬스터, 오스카, 조이, 폰 카운트 백작 등이다. 실에 매달아 조종하는 전통 꼭두각시인 퍼핏(puppet)과 구별해 머핏(Muppet)으로 불린다. 사람이 직접 꼭두각시 안에 팔이나 손가락을 넣어 주로 입을 조종한다. 대화 위주의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이름인 세서미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1001 야화)에서 따왔다. 보물이 숨겨진 동굴의 바위 문은 “열려라 참깨(Open, Sesame)”라는 암호로만 열린다. 세서미의 아랍고어 ‘Simsim’은 참깨 외에 대문이라는 뜻도 있다고 했다. 애당초 제작진은 ‘Fun Street(재미있는 길),’ '123 Avenue B' 등을 고려했지만 결국 모험심을 유발시키는 세서미로 낙착됐다.

세서미 스트리트가 탄생한 1969년엔 미국이 최초로 인간을 달에 착륙시켰다. 히피문화와 반전시위의 본산인 우드스탁 음악축제도 열렸다. 인권운동이 불붙었고 외국 이민자들이 쏟아져 들어와 ‘멜팅팟’을 실감케 했다. 세서미는 이 같은 환경에서 어린이들에게 인종 다양성의 가치를 일깨워줬다. 인종차별이 심한 일부 주들은 한 때 세서미 스트리트 방영을 금지했었다.

지난 50년간 세서미 스트리트는 4,500여회 분이 방영됐다. ‘종합병원’(56년째), ‘우리 삶의 나날들’(55년째) 등과 함께 미국 최장수 TV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에미상을 193번, 그래미상을 10번, 피바디상을 5번 받았고, 현재 전 세계에서 70여개 언어로 방영되고 있다. 브라질, 아프가니스탄, 독일 등 30여국은 지역 특성에 맞는 세서미 스트리트를 자체 제작, 방영한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초반 AFKN(미군방송)이 처음 방영했고 KBS가 한 때 회화 프로그램 교재로 사용했다. 시사영어사(현 YBM)가 1986년부터 수도권 초중등생들을 대상으로 아파트 단위 가정교사를 통한 어린이 영어학습교재로 활용하면서 널리 보급됐다. 대교방송과 재능방송이 한동안 한국말로 더빙방송을 했고 현재는 EBS 2TV가 자막을 넣어 방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7080 한인들은 세서미 스트리트가 뭔지 모른다. 어렸을 때 TV는커녕 라디오도 못 듣고 자랐다. 나는 강영숙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 라디오의 ‘누가 누가 잘하나’ 따위 어린이 프로그램을 드라마 ‘청실홍실’ 등과 함께 고등학생 때 들었다. 요즘 세서미 스트리트에 정신 팔리는 손자손녀가 대견하지만 너무 혼란스럽고 시끄러워 나와는 역시 인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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