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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18 01:45
눈산조망대/ '미투'의 사각지대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2,460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미투'의 사각지대

 
한인 관광객들이 미국식당에서 영어로 주문 못해 쩔쩔맸다. 가이드가 웨이터에게 뭔지 모를 메뉴를 주문하자 옆자리 한인이 냉큼 "미투(Me too)"라고 했고, 나머지 일행도 모두 "미투"를 복창했다. 다음날 식당에서 가이드 옆 한인이 역시 "미투"라고 주문하자 그 옆의 한인이 "미 뜨리(Me three)"라고 외치며 영어실력 한번 멋지게 발휘했다는 듯이 으스댔다.
 
오래 전 한인 이민자들 사이에 회자됐던 우스개다. 더 오래된 버전도 있다. 한 짓궂은 부자가 선비과객 3명을 맞아 통성명하면서 "손의부(손님들의 아버지)"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첫 선비가 "주인조(주인의 할아버지)"라고 응수했고, 다른 두 명도 "한가지입니다"  "나 역시외다"라고 받았다. '미투'라는 뜻이다. 기죽은 부자가 선비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나도 마찬가지 입장(상황)'이라는 뜻의 함축 말인 '미투'가 요즘 미국은 물론 온 지구촌에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인구에 가장 많이 회자된 금년 유행어가 될만하다

하지만 그 말이 이젠 우스개가 아니다. 오히려 듣기에 안쓰럽고 민망하다. "성적 괴롭힘(sexual harassment)을 나도 당했다"고 뒤늦게 고발하는 여인들의 한이 두 글자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미투' 홍수의 발단은 헐리웃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65)이다. 그가 30여년간 성적 괴롭힘을 일삼아왔음이 애쉴리 저드 등 많은 여배우와 영화사의 여성 스태프들에 의해 잇따라 폭로됐다. 뉴욕타임스는 피해여성들 중 8명이 와인스타인으로부터 합의금을 받고 소송을 취하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결국 자기 영화사에서 쫓겨났고 부인도 곁을 떠났다.
 
와인스타인 스캔들이 봇물처럼 터지자 여배우 앨리사 밀라노가 성추행 사태의 심각성을 홍보하고 남성들의 경각심을 일깨우자며 '나도 당했다'는 뜻의 'Me Too'에 해쉬태그(#)를 달아 SNS에 공개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페이스북에는 전 세계에서 470여만명이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Me Too를 접속했고 트위터에도 사흘만에825,000여명이 트윗했다.
 
'Me Too'는 밀라노의 창작물이 아니다. 뉴욕 브루클린에 소재한 인권단체 '성 평등을 위한 소녀'의 타라나 버크 국장이 이미 1996년 비슷한 취지로 사용했었다. 당시 버크는 상담받으러 온 한 소녀로부터 짐승 같은 의붓아비에게 온갖 몹쓸 짓을 당한다는 호소를 듣고 너무나 기가 막혔다며 같은 처지의 소녀들을 돕기 위해 미투캠페인을 벌였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10여년만에 ‘#Me Too’ 캠페인이 재개되자 다양한 직종의 여성들이 성추행 가해자들을 공개하고 나섰다. 이들 중엔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 마크 할페린 전 ABC 뉴스국장 , 유명 요리사 존 베시 등이 포함돼 있다. 앨라배마의 연방상원 선거에서 당선이 따 놓은 당상이라던 로이 무어() 후보는 미투의 회오리바람에 몰려 출마포기 상황에 놓여 있다.
 
미국만이 아니다. 영국에선 마이클 팔론 국방장관이 '미투 바람'에 목이 날아갔고 제1 국무장관 대미언 그린도 위태롭다. 이스라엘에선 언론재벌이자 IOC 위원인 알렉스 길라디가 바늘방석에 앉았고, 이탈리아에선 영화감독 파우스토 브리지가 졸지에 강간전과자로 몰렸다. 이웃 캐나다 몬트리올의 연예계 거물 길버트 로존은 미투 바람을 맞고 사업을 정리중이다.
 
흔히 성추행이나 성희롱과 혼동되는 성적 괴롭힘은 일종의 성차별 행위로 1964년 제정된 인권법 제7항 소관이다. 각급 정부기관은 물론 종업원 15명 이상의 민간기업체에도 적용된다. 채용이나 진급을 미끼로 한 성상납 요구, 이유 없는 업무간섭이나 위협 또는 공포 분위기 조성, 원치 않는 상대방에게 계속 치근거리는 언행 등이 모두 처벌 대상이다.
 
미투 바람이 거세다지만 미풍도 없는 사각지대에 놓인 부류가 있다. 이민 근로자들이다. 농장, 공장, 식당 등의 불체자 여성 종업원들이 업주나 동료에게 만만하게 당하지만 남들처럼 '미투'라며 나섰다가 추방당할까봐 꼼짝 못한다. 그래서 이들을 직장 안전이나 위생 관련법을 에둘러 적용해 보호하라고 전문가들은 촉구한다. 나도 그 말을 '미투'라고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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