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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0-22 21:42
국화야 놀자
 글쓴이 : 칼있으마
조회 : 1,681  
동네가
어수선함과 진지함을 번갈아 탔다.


팔목이 발목 버금가 통뼈라 불렸었고
통뼈 덕인지
통도 커서
바늘도둑은 싫었다.

바로 소도둑으로 갔다.

이걸
때려 죽여야 되는지
패 죽여야 되는지
칼로 찔러 죽여야 되는지
목을 매달아야 되는지

뒷산 참나무에 묶어 두고 온 소를 두고
톡톡,
검지로 책상을 치며 고민하고 있는데

동네는
어른들의 발자국소리로 부산했고

소도둑처럼 생긴 옆집 아저씨가
용케도 산에서 솔 찾아
몰고 내려오는 걸로 일단락 되었다.

난 미수로 억울했지만
다음 기횔 노리기로 하고 접었었다.
.
.
.
.
.
과수원으로 명명된

배밭이니 사과밭이니 복숭아밭이니 포도밭이니는
도랑만 있고
울타린 없는 밭 건너 밭 건너에 하나씩 있었고

고구마니 당근이니 땅콩이니 무우니 등도
과수원 건너 과수원 건너에 하나씩 있었다.

6년간 재임했던 학교를 출퇴근하면서
잠시 들리는 과수원은
우리 것도 아니고
내 것였기에

따먹으면서

배부르기 전까진 나오질 않았고
입에 혓바늘이 돋을 때까지 뽑아 먹었었다.

바늘도둑이란 게 성이 안 차
영 내키진 않았지만
일단 먹고 살고 봐야
훗날 소도둑도 될 수 있다는 현명한 판단아래
남의 밭을 나들면서
타고난 소질을 개발하고 익혔었다.

우리 건 없었냐?
있었다.
하지만 우리 건 먹지 않았다.
엄마 아빠가 걸 팔아
쩐을 만들어얀단 지극한 효심때문였다.
.
.
.
.
.
지구가 점점 식어갈 무렵
따라 교정 화단도
한여름의 열기를 덜어내며
점점 숨죽어 가고 있는데

그 틈으로 우뚝,
솟아 오른 게 눈에 띄게 띄는데

국화

다.

첨보는 소대국 사이의 중국이다.

연자줏색이 내 맘을 사로잡았고
꽃만 보면 자동으로 나오는 고얀 습관,

흡흡, 하~아~.

좋은 사람은 꽃향에 취하면
착한 마음이 나타나고

너처럼 조급하고 승질 드런 사람들은
사나운 기운이 나온다고......어디서 본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실은 술을 두고 한 말야.ㅋㅋㅋㅋㅋ

역시 난 전

자지

당근.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향에 취해 착해질 즘
하던대로 아무렇지 않게
툭, 한 줄기를 땡겼더니 뿌리까지.

말라죽을라.

졸라 열라 집에 뛰어와선
아빠가 심어 놓은
채송화도 봉숭아도 다 뒈진 곳을 파 묻어 두곤

제봘 살아 줘 이?

다음 해에 게 고맙게도 꽃을 피워냈고
다다음 해엔 꺾꽂이로 쪽수를 키워
삼태기만한 무더기를 이뤘는데

꽃을 기다리며 다짐했었다.

가을을
제일 좋아하는 계절로 삼자.
.
.
.
.
.
국화만 보면
미치고 환장해지는 난

국화만 보면
초딩 재임시절
바늘도둑이던 게 자동으로 생각 나
피식 웃곤 하는데

양심이고 나발이고
곰곰히 생각해 보면

역쉬

남이 잘 가꾸고 키워 놓은 것,
남이 잘 가꾸고 키워 놓은 것,
남이 잘 가꾸고 키워 놓은 것,
 
걸 훔쳐 먹는 게

맛의 끝판왕이지.

아,

경희, 성희, 정희, 명희......

오늘 국화와 노는데
그들이 국화 한 송이 송이마다에서
씨익 들 웃고 있는 거 있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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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섭 17-10-23 15:53
답변 삭제  
놀 시간이 없어서
못 노는 것이 아니라
어깨 위에 올려진 가장이라는 책임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놀지를 못하는 것이다.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국화와의 대화,
국화와만의 대화,
국화와만의 시간,
꽃처럼 아름다운 인간은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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