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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5-12 10:29
[시애틀 수필-이한칠] 4월 탄생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479  

이한칠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4월 탄생
 
가곡 ‘4월의 노래를 좋아한다. 4월이 오면 봄은 활짝 핀다. 발길을 스치는 공기도 새털처럼 가볍다. 사방팔방 둘러보면 온통 올리브색 수채화이다. 새싹을 틔우고, 잠에서 깨어난 생명체들의 분주한 모습은 새로운 시작이다. 목련과 벚꽃이 화려하게 웃을 즈음이면, ‘봄의 왈츠도 부쩍 제 목소리를 낸다.

4월 첫날, 나는 세상에 나왔다. 삼라만상이 올차게 기지개를 켜는 때였으니, 갓 태어난 나도 덩달아 힘을 받았지 싶다. 내가 우량아 선발대회에서 으뜸상을 탔다는 걸 보면 무럭무럭 잘 자랐나 보다. 어렸을 적, 3월은 어서 떠나가길 기다려도 뭉그적거렸다.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던 내게는 3월은 언제나 굼벵이였다. 생일상도 받고, 어른들로부터 덕담과 칭찬을 한껏 받았던 4월이 그냥 좋았다.

생일은 매년 맞이하는 기념일이거니 했다. 요즈음, 탄생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내가 새삼스럽다. 모든 생명이 점점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각각 다른 본질과 사명감을 갖고 태어난, 하나밖에 없는 고유한 존재가 아니던가. 어느 사람이라도 탄생하는 순간부터 행복을 누릴 권한은 존중되어야 할 것 같다.

내 생일은 공교롭게 만우절이다. 내가 순리와 원칙만 고집할까 보아 염려스러웠을까. 나를 만우절에 태어나게 한 걸 보면, 유머와 느긋한 분위기를 즐기라는 선물이지 싶다. 재미를 주는 작은 거짓말은 해도 되는 이날을 세계 곳곳에서도 즐긴다. 유머는 삶에 생기를 준다. 어디에서나 적절한 유머를 할 줄 아는 이들이 인기있다. 해마다 내 생일에는 친구들의 유머로 작은 소동이 벌어져 웃음꽃을 피운다.

4월이면 온갖 꽃이 흐드러진다. 꽃을 즐기려는 별의별 기록이 많다. 꽃말은 익히 들어 봤지만, 탄생화가 있다니 뜻밖이다. 365일 날짜 별로 꽃이름이 있었다. 4 1일 탄생화가 은근히 궁금했다. 아몬드꽃이었다. 아몬드를 먹고, 아몬드 우유를 마실 줄만 알았지, 나는 아몬드꽃을 처음 보았다. 복숭아꽃을 닮은 하얀색 아몬드꽃, 꽃말은진실한 사랑이란다.

아몬드꽃말처럼, 나는 진실한 사랑과 함께 4월에 결혼했다. 처음에는 나 혼자 태어났지만, 두 번째는 아내와 함께 태어난 셈이다. 혼자 내 맘대로 태어날 수 없듯이, 결혼 역시 내 맘대로가 아닌 둘이서 만든 합작품이다. 공들여 이루어낸 새로운 탄생이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세상에 발을 내디뎠다. 함께 하는 것만으로 세상 모든 것을 다 거머쥔 줄 알았더니, 그것만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정성으로 갈고 닦아야 했다. 가 보지 않은 먼길을 함께 가려면, 나의 탄생화 아몬드꽃말대로 진실한 사랑이 불가결이었으리라.

탄생화에 질세라, 인터넷 영어 사전에는 탄생석도 있었다. 재미가 곰비임비 발동걸렸다. 탄생석이란 태어난 달()에 따라 행운이 온다는 보석이었다. 4월 탄생석은 무엇일까.  다이아몬드였다. 누가 정했을까. 믿거나 말거나 다이아몬드가 싫진 않았다. 게다가 다이아몬드 의미가 영원한 사랑이라 하니 흥미로웠다.

언젠가 미국인 노부부의 금강석혼 축하연에 참석했다. 결혼 75주년, 그 오랜 세월을 함께 살다니 놀라웠다. 편안하게 웃고 있는 그 노부부는 내게 다이아몬드 의미인 영원한 사랑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과연 우리가 금강석혼을 맞이할 수 있을까. 아무리 계산해 보아도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이제 나의 4월 탄생석을 알고 나니, 내 느낌이 슬며시 달라졌다. 금강석을 지니고 태어났다니, 금강석혼도 가능하지 않겠냐고 잠시 우겨 보았다. 그러고 보니 까마득하다. 금혼식까지라도 겸손하게 건강한 삶을 살아야 할 참이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로 시작하는 박목월 작사, 가곡 ‘4월의 노래가 떠오른다.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라는 마지막 소절은 늘 찡하다. 내가 세상에 나왔고, 결혼으로 다시 태어난 생명의 계절, 4월을 사랑한다.

연녹색 4월이 어느새 진초록을 머금었다. 봄이 무르녹는다.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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