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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2-11 07:39
[김상구 목사 장편소설] 끝나지 않은 전쟁(지랄하는 세상 13-1)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554  

김상구 목사(전 시애틀 한인장로교회 담임/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끝나지 않은 전쟁(지랄하는 세상 13-1)


13-1. 지랄하는 세상

덕배가 아주 가끔, 아주 종종 애기 머슴인 때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또 다른 아름다운 그림 같은 추억은 구장 어른 댁 큰 아들, 지용의 아버지가 장가가던 날의 잔치 풍경이다

3월 삼진이 조금 지난 이른 봄날이었다.

구장 어른 댁에서는 큰 아들이 장가를 가기 전 3년 전부터 새끼 돼지 두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2년이나 3년 후 큰 아들 잔치에 잡아서 쓸 돼지였다. 지난 겨울엔 참나무 장작 한 지게를 다 태워서 조청을 만들었다. 이 조청으로 강정도 만들고 다식도 만들었다.

잔치 날 나흘을 앞두고 메주콩 두 말로 두부를 만들었다. 이 모든 일에 덕배가 마님의 손처럼 움직였다. 잔치 날 이틀 전, 오전에 돼지를 잡았다. 가쟁이에서 돼지를 잡는 칼질이(한탄말 사람들은 잔치 집에 불려 다니며 돼지나 혹 소를 잡는 사람을 백정이라 부르지 않고 칼질이라 불렀다) 박 서방이 불려오고 바깥마당을 지나 채마전 공터에서 돼지를 잡았다

덕배는 작은 헌 멍석을 공터에 깔았다. 덕배는 돼지우리에서 3년 자란 검은 수 돼지를 꺼내 지개작대기로 몰아가며 채마전으로 끌고 가야 했다. 돼지우리를 잘 나온 돼지가 덕배가 모는 채마전 쪽으로 가지 않고 마당을 가로질러 달아나기 시작했고 건조실 옆으로 해서 집 뒤쪽으로 달려갔다

상수가 앞을 가로 막아서자 돼지가 다시 솔대문 쪽으로 달아났다. 그 사이에 돼지 잡는 구경을 하러 모인 몇 사람이 합세하여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겨우 채마전 쪽으로 돼지를 몰아갔다. 돼지는 채마전 앞에서 박 서방이 쳐놓은 올가미에 앞다리가 걸려 멍석 안까지 끌려갔다. 돼지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돼지 잡는 소리가 한탄말 온 동리에 다 들렸다. 이 돼지 잡는 소리는 구장 댁에 잔치가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나팔 소리 같은 것이었다.

돼지는 네 다리가 묶여지고 주둥이도 새끼줄로 묶었다. 앞 뒤 다리를 각각 두 장정이 붙잡고 박 서방이 돼지 목 위를 오른 쪽 다리 무릎으로 누르고 앉았다. 허리춤에 차고 있던 피 묻은 수건으로 돼지 얼굴과 눈이 가려지고 박 서방은 살이 시퍼런 칼로 돼지 목을 땄다

시뻘건 돼지 피가 주루루 나왔고 두세 번 돼지가 내 쉬는 마지막 숨 바람에 피가 박 서방의 옷에 튀었다. 돼지 피는 장독 뚜껑에 받아졌다. 이 피는 돼지 창자로 만드는 순대에 썼다

박 서방은 돼지가 죽자 주둥이와 다리에 묶였던 끈을 풀고 오른 손 중지에 돼지피를 묻혀 자신의 왼 손 아래 손목 안쪽에다 발랐다. 다시 오른 손 세 손가락에 돼지 피를 묻혀 북쪽을 향해 세 번 흔들어 피를 튀겼다.

그리고 아주 익숙한 솜씨로 돼지가죽을 벗기고 돼지 배를 가르고 각을 뜨는 일을 해 나갔다.
뜨거운 김이 무럭무럭 풍기는 내장에서 쓸개를 떼어내고 오줌통을 잘라 덕배에게 주었다

구장 댁 밖 마당에서 돼지 오줌통을 기다리던 머슴애들이 덕배로부터 돼지 오줌통을 받아들고 좋아서 신바람이 났다. 잔치 날 돼지를 잡으면 동내 사내애들은 돼지 오줌통에 바람을 불어넣고 모처럼 축구공 같은 공을 만들어 작은 마당에서 편을 갈라 신나게 축구를 했다. 이 돼지 오줌통으로 하는 마당 축구의 저력이 결국 한국에 차범근을 낳게 한 것이다.
 
잔치 날 이틀 전부터 안채 뒤 안에 여러 개의 돌화덕이 만들어지고 솥 두껑을 뒤집어 놓고 여러 사람이 붙어 앉아 여러 가지 전들을 부쳤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사방에 퍼졌다

구장댁 마님은 큰 도마 위에 소고기를 여러 점씩 올려놓고 큰 칼로 다졌다. 이렇게 잘 다진 홍두깨살과 갈비 살을 3 1의 비율로 섞어서 양념을 하고 간을 하여 국수 꾸미를 만들었다. 이 국수 꾸미를 삶는 냄새는 배부른 사람의 혀도 다시 동하게 하는 아주 맛있는 냄새였다.

잔치 날 이른 새벽 안채와 사랑채 사이에 차일이 쳐지고 마당에는 멍석을 깔았다. 마당 가운데 노란 색의 새 돗자리를 깔고 대례청이 차려졌다. 안채 사랑방에 과방이 차려졌다

30 여개의 소반이 준비되고 국수를 비롯한 모든 잔치 음식이 준비 되었다. 과방 가운데는 삶은 돼지 다리가 천정으로부터 아래로 매어져 있고 각종 잔치 떡과 과일들이 질서 있게 차려져 있다. 과방에는 솜실 아저씨가 앉았다

아저씨는 규모 있게 손님 수대로 각종 떡과 과일과 각종 전들과 돼지고기와 구운 쇠고기를 접시에 담아 소반에 차려준다. 다른 사람이 이 소반에 국수 대접을 놓고 광주리에 쌓아놓은 삶은 국수 타래를 넣고 국수 꾸미를 한 수저 떠서 얹고 다시 그 위에 겨란 말이 고명을 얹는다

맑은 찬물을 넣는다. 양념간장으로 구미에 맞도록 간을 맞춘다. 이 국수가 바로 한탄말 잔치 국수다. 막걸리 주전자와 막사발 술잔은 사람 수에 따라 개수와 크기가 달라진다. 덕배는 이 모든 일을 준비하고 나르는 일에 바빴다.

“덕배야, 덕배야” 

여기저기서 사람마다 도와 달라고 덕배를 불렀다. 덕배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으로 바빴다. 그래도 덕배는 신이 나고 좋았다. 구장 댁의 잔치는 온 동리의 잔치였다. 한탄말 온 동리사람들이 애들도 어른들도 다 구장 댁에 모였고 점심도 저녁도 다 구장 댁 잔치음식을 먹었다.

큰 방은 물론이고 대청에도, 사랑에도, 사랑채 마루에도, 집안의 모든 방과 안마당과 밖의 마당에도 잔치 손님들로 득실거렸고 여기저기서 웃음소리 떠드는 소리가 가득했다. 충주에서, 대촌과, 가쟁이, 거리실, 재짓말, 그리고 구장 댁의 친척들이 많이 사는, 한탄말에서 꽤 먼 쇠실에서도 많은 잔치 손님이 찾아왔다.

<, 참말 잔치 같은 잔치였어.>

덕배가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이 잔치 날의 아름다운 그림중의 그림은 뭐니 뭐니 해도 천사같이 고운 신부의 모습이었다. 화려한 대례복을 입고 머리에 족두리를 쓰고 하얀 얼굴에 연지 곤지를 붙이고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대례청으로 들어섰던 신부, 곧 구장 댁 맏며느리의 황홀한 자태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왔다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온들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함박꽃이 제아무리 화려하고 예쁜들 이 신부처럼 예쁘지는 못했다. 덕배는 새로 맞는 작은 안주인 마님의 아름다운 자태를 늘 잊을 수가 없었다. 덕배가 이 아름다운 잔치 날을 기억할 때마다 자신이 입었던 남자 바지저고리를 헐렁하게 입고 행상바위 아래 굴에서, 물 한 그릇 떠놓고 아내가 된 경란에게 미안한 생각이 나서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우리 경란이도 신부로 잘 꾸며 놓았으면 그보다도 더 예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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