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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8-20 13:09
[김상구 목사 장편소설] 끝나지 않은 전쟁(영등포 2-1)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654  

김상구 목사(전 시애틀 한인장로교회 담임/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끝나지 않은 전쟁(영등포 2-1)

 
캄캄한 밤 덕배는 아내 경란과 함께 한탄말 큰 절재 행상바위를 떠나 서울을 향해 길을 나섰다.

경란이 서울로 가서 살자고 했기 때문이다. 덕배는 경란과 서울로 떠나기 전 구장 어른 댁 자기의 사랑방에 들어가서, 그동안 행상바위 굴에서 썼던 살림도구를 다 드려놓고 안방을 향해 큰절을 한다

<구장 어른, 마님 정말 고마워유. 이 은혜는 죽어두 안 잊어버릴래유. 구장 어른, 마님 만수무강 하세유.>

덕배가 안방을 향해 큰절을 하는데 눈물 콧물이 흘러내렸다. 덕배는 밤중에 집을 나와 경란과 함께 대촌으로 향한다. 대촌에를 가야 음성으로 해서 장호원으로 갈 수 있고 서울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장 댁 누렁개가 연신 꼬리를 흔들며 장고개 밑까지 따라왔다. 덕배가 큰소리로 야단을 쳐서 겨우 누렁이를 돌려보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덕배는 서울 앞, 영등포까지 왔다. 서울은 한강이 막아서고 있었다. 한강을 건너려면 서울에 집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발행되는 특별한 증명서가 필요했다. 이 증명을 도강증이라 했다. 덕배는 도민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경란에게는 도민증조차 없었다

덕배 내외는 한강을 건너지 못하고 영등포역에서 동쪽으로 한참 떨어진 말죽거리에 있는, 집 한 채를 아주 싼 값으로 세를 얻었다

사람이 살지 않은지 삼 년이 다된 집으로 들 고양이들이 살던 집이지만 덕배 내외는 이 집을 쓸고 물로 닦고 이곳  저곳을 고쳐서 살만한 방 한 칸을 마련하였다. 덕배 내외에게 천국 같은 보금자리였다. 덕배의 서울 사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경란은 동리사람들의 일을 거들며 조그만 품삯과 먹을 것을 얻어오곤 했다

덕배는 매일 새벽 일찍이 일어나 지게를 지고 한 시간 반 이상 걸어서 영등포 시장에 이르러 해가 지도록 지게짐질을 했다. 시장에서 산 무거운 물건을 지게에 져서 날라주고 포목상회에서 주문받은 필목들을 지게로 날라주는 지게 짐 일이 좀 고되기는 해도 농사짓는 일로 뼈가 굳은 덕배에게 이런 고생은 고생도 아니었다

수입도 제법 되어 두 식구 살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덕배는 경란과 함께 지내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좋았다. 덕배가 그 중에서도 제일 좋은 것은 경란의 뱃속에 자신의 씨가 자라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아버지가 된다. , 어머니가 살아 계셔서 이런 소식을 들으시면 얼마나 좋아 하실까.> 

덕배의 어머니는 덕배가 열 한 살 되던 해 제천에서 폐결핵으로 죽었다. 어머니는 죽기 전 덕배에게 너는 풍양 조씨다. 선친들이 다 양반이다. 우리 집안에는 손이 귀한데 너는 앞으로 장가를 가면 아들 다섯은 낳아야 한다는 말을 종종 했다. 덕배는 어머니가 죽고 충주에 사는 외삼촌 집에서 일 년 남짓 살다가 한탄말 구장 댁의 애기 머슴이 되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어머니 내가 장가를 들었구유, 어머니 며느리가 애기를 가졌서유. 제 집사람이 아주 이뻐유.> 
덕배는 지게를 메고 집으로 돌아가며 속으로 어머니한테 자랑을 한다.

유난스럽게 추웠던 겨울이 어수선하게 지나갔다.

압록강까지 진군했던 국군과 미군은 중공군의 개입으로 다음 해 1 4일 다시 서울을 적군에게 내주고 오산까지 후퇴를 한다

다음 해 3월 중순경 서울은 다시 유엔군과 국군에 의해 수복 된다. 덕배는 만삭이 된 경란 때문에 피난도 못가고 말죽거리 집에서 그 해 겨울을 났다. 지게 짐 일을 할 수 없어서 어려웠지만 덕배에게는 아직도 구장 어른이 준 돈을 반 이상 가지고 있었다.

사월 초에 경란이 아들을 낳았다. 경란이 아들 이름을 진호라고 짖자고 해서 덕배의 첫 아들은 진호가 됐다. 진호는 진호의 친 아버지, 이진호 소좌의 이름이다

진호는 왼 쪽 어께에 두 개의 붉은 점을 가지고 태어났다. 마치 군대의 계급장 같이 어깨에 있는 붉은 점, 이 점은 이진호 소좌가 그 어깨에 가지고 있는 점이다. 경란은 진호를 보며 이진호 소좌를 생각한다.

여자의 임신 기간을 계산 못하는 덕배는 아들 진호가 남의 씨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덕배는 아들 진호 때문에 너무나 행복해진다. 점점 서울은 자리가 잡히고 다시 덕배는 지게 짐을 메러 영등포 시장엘 나간다. 일감이 전 같진 않아도 차츰 낳아지고 있었다

덕배는 이왕 짐질을 하려면 지게보단 리어커(두 바퀴 달린 손수레)가 훨씬 수입이 많은 것을 알고 중고 리어커를 산다. 구장 어른이 준 돈에서 얼마를 빼서 산 리어커 덕분에 덕배의 수입은 지게 짐을 질 때보다 3배가량 많아진다. 진호가 매일 몰라보게 자라난다

경란은 여전히 예쁘다. 덕배는 살맛이 난다. 그 해 봄철 덕배는 틈틈이 텃밭을 일궈서 이 밭에 각종 채소를 심는다. 상추, 열무, 고추, 들깨, 마늘, 파까지 심어 집 둘레 넓은 공터가 다 채소밭으로 변한다. 밭일로 잔뼈가 굵은 덕배에게 이런 채소농사는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신바람 나는 일이었다. 덕배는 채소를 길러 시장에 나가서 채소 장사에게 도매로 넘겼고 이 수입이 짐 지는 일보다 많아진다. 덕배는 집터 너머에 공터로 묵어있는 잡초와 자갈밭을 몇 날을 걸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밭으로 일군다

거기다 수확이 빠른 파 씨를 뿌려 가꾼다. 물만 주면 금방 자라나는 파와 채소를 리어커에 싣고 시장에 가서 도매로 넘긴다. 동리 사람들은 신선한 채소를 사러 덕배의 집을 찾아왔다. 그 수입도 푼돈 이상으로 짭짤했다.

얼마 있다가 그 밭주인이 찾아왔다. 여기 땅 삼백여 평이 자기 땅인데 자기는 농사를 질 줄 모르니 농사일을 잘하는 덕배에게 사라고 했다. 평당 40, 덕배는 머슴으로 살면서 제일 큰 소원이 자신도 내 땅을 가져보는 것이었다. 덕배는 구장 어른이 준 돈을 다 털어 1280원에 땅 302평을 산다. 이제 덕배의 소유로 땅이 생긴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는가. 덕배는 하늘 위에서 사는 사람처럼 행복하였다.
 
세월이 흐른다. 덕배는 둘째로 아들 하나를 더 낳아 경배라 이름을 짓는다. 경란과 자신의 이름에서 한자식을 가져다 만든 이름이다. 이 이름도 아내 경란이 지은 이름이다. 경배가 두 살 될 때 진호가 네 살 때 덕배는 다시 딸 하나를 더 얻는다.  조경숙. 딸에게도 아내의 이름 한 자를 붙이고 싶어서 지은 이름이다.

덕배가 이렇게 영등포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7년의 세월은 이승만 대통령 치하의 자유당 정권 말기였고  온 나라가 이승만 정부의 독재와 부정부패로 시끌거렸다

1956년 덕배가 말죽거리 집에서 딸 경숙을 얻었을 때 이승만 정권을 향한 민심은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구호는 신익희 대통령 후보의 급서로 막을 내리고 이승만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런 중 60년대 들어서며 3 15 부정선거, 4 19 혁명, 4 26일 이승만 대통령 하야. 허정이 이끄는 과도정부를 거쳐 제2공화국이 시작되고 1961 516일 박정희 소장에 의해 군사정변이 일어난다

나라의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든 덕배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었고 덕배는 말죽거리에서 채소 농사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세 들어 살던 집도 샀고 채마전도 500여 평 더 구매했다. 덕배는 봄 여름철에는 채소 농사일에 일손이 모자라 다른 사람을 고용해야 했다. 채소 장사로 덕배의 수입은 점점 늘어났다.

덕배는 살던 집 옆에 새 양옥을 건축하여 이사를 했고 살던 집은 허물어 채마전으로 일궜다.
덕배의 자녀, 조진호 조경배 조경숙은 아주 영민하게 건강하게 잘 자란다

경란은 서울에 오면서부터 늘 뉴스는 빼지 않고 듣는다. 신문도 조선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이렇게 세 신문을 구독하고 경란은 이 모든 신문을 아주 자세하게 정독을 한다. 경란은 덕배와 달리 나라가 돌아가는 시국에 관심이 아주 많았다

누구도 모르는 일이지만 경란은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북쪽을 향해 서서 <위대하신 수령님의 혁명 완수를 위하여.>라는 말을 속으로 외운다. 경란은 그러면서도 덕배와 더불어 사는 살림이 점점 풍성해지고 세 자녀들이 자라나는 것을 보며 자신을 향해 질문을 한다

<민족 해방 혁명의 완성은 무엇인가 ---?>

영등포의 밤은 다시 저물어 간다. 만날 행복하기만 한 덕배는 코를 골며 깊은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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