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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6-22 14:20
눈산조망대/ “바람 참 좋다”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1,157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바람 참 좋다”

 
서울 시내와 여의도를 잇는 마포대교(길이 1,400미터, 10차선)는 진짜 ‘대교’다. 시애틀 다운타운과 노스 시애틀을 잇는 오로라 브릿지(890미터, 4차선)와는 모양도, 규모도 딴판이다. 연혁도 다르다. 오로라는 1932년 건설된 고물로 미국 사적지에 낀다. 마포대교는 2005년 확장 개통된 현대식 다리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악명 높은 ‘자살다리’다.

공식이름이 ‘조지 워싱턴 기념대교’인 오로라 다리에선 개통 이후 230여명이 51미터 아래 수로로 뛰어내려 그 중 50여명이 ‘성공’했다. 다리가 완공되기도 전에 한 구둣가게 주인이 투신자살 1호를 기록했다. 2011년 다리 양쪽 난간에 2.4미터 높이의 자살방지 철망이 설치된 후 투신사건이 뜸해졌다. 긴급 상담전화 6, 자살만류 사인판 18개가 부착돼 있다.

본명이 ‘서울대교’였던 마포대교에선 지난 5년간 989명이 11미터 아래 강물로 다이빙했다. 전체 20여개 한강다리의 전체 자살시도자 2,575명 중 3분의1이 넘었다. 2012년 화려한 조명이 딸린 ‘생명의 다리’ 난간이 설치됐지만 자살시도는 16배나 늘었다. “많이 힘들었구나” “그래도 살아보자”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 등 자살만류 슬로건들이 난간에 즐비하다.

‘장미의 계절,’ ‘계절의 여왕’으로 칭송받는 5월이 아이러니하게도 자살의 달이기도 하다. 지난주 한국정부가 발표한 2019년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자살자 12,463명 중 약 10% 1,158명이 5월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다(2009 5). 대체로 희망이 솟는 봄철(3~5)에 많고 을씨년스런 겨울철(11~2)에 적었다.

하지만 자살 사망자는 줄어드는 추세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2003년 이후 13년간 달고 다니다가 2017년 리투아니아에 물려주고 2위로 ‘승진’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24.3명으로 전해 2016년의 25.6명보다 약간 줄었고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10년전의 31.2명보다는 크게 줄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자살 선진국이다. 34 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률인 12명보다 2배 이상 높다. 발틱해의 리투아니아(26.7)에 간발의 차이로 2위를 달린다. 그 이웃 라트비아와 슬로베니아는 뚝 떨어진 18.1명으로 공동 3, 노인국가인 우리 이웃 일본은 16.6명으로 5위다. 요즘도 한국에선 매일 36, 40분마다 한명 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살은 미국에서도 국가적 이슈 중 하나다. 지난 2016년 총 44,965명이 자살했다. 한국과 달리 자살률이 증가추세다. 1999 10.5명에서 2014 13.42명으로 늘어났다. 하루 평균 123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전체 자살자 10명 중 7명이 백인남성이다. 자살시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1.2배 많지만 실제로 자살 사망자는 남성이 여성보다3.5배나 많다.

땅덩어리가 큰 탓인지 자살률도 주별로 들쭉날쭉 한다. 뉴욕주는 복잡다단한 세계최대 도시 뉴욕을 끼고 있지만 자살률이 10만명당 7.81명에 불과한 반면 삶이 평화롭고 느슨할 것 같은 농촌 와이오밍주는28.24명이나 된다. 미국인 자살자들 중 거의 57%가 총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별로 놀랍지 않다. 한국과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선 농약음독 자살이 대세이다.

한국에선 자살을 시도했다가 병원에 실려 오는 환자 3명 중 1(34.9%)이 자살시도 경험자이다. 또 “정말 죽으려고 시도한 것이 아니라 도움을 얻으려고 했다”는 사람도 같은 비율이었다. 자살시도자 중 절반이 술 취한 상태였다. 자살 동기는 36%가 정신적 문제, 23.4%가 경제문제, 21%가 신체질환이었고 가정문제(8.9%), 업무상 문제(4%)는 뜸한 편이었다.   

자살은 인구감소 손해만 끼치지 않는다. 당사자들의 미래 소득감소 추정액이 한국에선 연간 65,000억원, 미국에선 690억달러나 된다. 정부가 자살을 만류하는 진짜 속내일 수 있다. 마포대교 난간엔 “바람 참 좋다”는 멋진 슬로건이 붙어 있다. 자살시도자들이 시원한 바람을 쐬고 감정을 억제한 후 “살자”고 다짐하면 좋겠다. ‘살자’는 자살을 뒤집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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