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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6-01 13:12
눈산조망대/ 롯과 유다의 후예들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1,381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롯과 유다의 후예들
 
보름 전 경기도 이천 길거리에서 술에 취해 강아지를 상대로 수간하던 남자가 체포됐다. 지난 2005년 워싱턴주 한 농촌에선 보잉 기술자가 숫말과 수간하다가 내장파열을 일으켜 사망했다. ‘반만년’ 전 배달민족의 첫 나라인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왕검은 천신인 환웅과 웅녀() 사이에 태어났다. 설화지만 환웅이 수간을 저질렀다고 시비하는 사람은 없다.

단군과 거의 동시대 사람으로 가나안 땅의 유대민족 조상인 아브라함은 이복누이를 아내로 삼았다. 그의 아들 이삭과 손자 야곱도 근친결혼을 했고 그의 조카 롯은 두 딸과 관계해 족보를 이었다. 특히 야곱의 열두 아들 중 하나인 유다는 (비록 몰라봤지만) 며느리와 동침한 후 아들 겸 손자인 베레스를 낳았고 훗날 베레스에게서 성군 다윗과 예수가 나왔다.

수간마냥 천륜을 거슬리는 행위로 터부시 되는 근친상간이 까마득한 옛날 얘기만은 아니다. 현세의 최고 문명국가인 미국에서도 이제 근친상간 출산이 예사로워질 전망이다.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이 더 이상 합법적 낙태의 사유가 될 수 없도록 못 박은 강력한 낙태금지 법안들이 보수 기독교 지역이자 공화당의 전통적 텃밭인 남부 주들을 휩쓸고 있다.

사흘 전 앨라배마주의 케이 아이비() 주지사는 임신모의 건강이 위태로운 경우 외에 어떤 이유도 배제한 낙태금지 법안에 서명했다. 근친상간과 강간에 의한 임신은 제외시키자는 개정안이 주의회에 상정됐지만 묵살됐다. 이 법안은 임신중절을 시술한 의사에게 최고 99년 징역형을 선고토록 하고 있다. 웬만한 살인강도보다 더 무거운 사실상 종신형이다.

같은 날 루이지애나주 의회는 소위 ‘심장박동 법안’을 압도적 표결로 통과시켰다. 태아의 심장박동이 느껴지기 시작한 이후(통상 임신 6주째)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이다. 역시 근친상간과 강간에 의한 임신을 제외시키자는 개정안이 나왔지만 부결됐다. 앨라배마와 달리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고, 역시 민주당원인 존 벨 에드워즈 주지사가 서명을 다짐했다.

앨라배마와 루이지애나에 앞서 조지아오하이오미시시피아이오와켄터키 주지사들도 각기 심장박동 법에 서명했다. 하지만 미시시피켄터키아이오와에선 법원이 이 법에 즉각 효력중지 명령을 내렸다. 미주리는 임신 8주 후부터, 아칸소와 유타는 임신 18주 후부터 낙태를 금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모두 강간과 근친상간을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 전대미문의 무시무시한 낙태금지법은 소위 ‘로 대 웨이드(Roe vs Wade)’로 불리는 연방대법원의 기념비적 판결을 겨냥하고 있다. 민주당이 대세였던 1973년 연방대법원은 낙태를 헌법이 보장하는 여성의 선택권으로 판시(7-2)했고 공화당과 종교계 중심의 ‘생명중시(pro-life)’ 낙태반대 단체들은 지난 반세기동안 이를 뒤집기 위해 와신상담해 왔다.

이제 그럴 기회가 무르익었다고 낙태 반대자들은 판단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계 판사들인 닐 고어서치와 브렛 카바너를 잇달아 대법관으로 지명함에 따라 보수파 대법관들의 판세가 5-4로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초강력 낙태금지법이 잇달아 연방대법원에 상소되면 ‘로 vs 웨이드’ 판결이 번복되거나 최소한 강화될 것으로 이들은 기대한다.

지난달 한국 헌법재판소는66년만에 낙태죄가 위헌이라고 판시(7-2)했다. 관계법령들이 정리된 후 2021년부터 임신 12주 내 낙태는 사실상 자유다. 실제로 낙태는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법과 상관없이 성행한다. 한국에선 임신경험 여성 중 거의 절반(41.9%)이 낙태 경험자다. 미국에서도 여성 중 43%가 평생 한번 이상 낙태한다는 비공식 통계가 있다.

낙태금지법 범람의 진짜 이유는 내년 대통령 선거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지지기반인 백인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반대 진영을 분열시키려는 작전이다. 멕시코 국경장벽도, 무슬림 입국금지도, 최근의 정교분리 완화 제스처도 그렇다.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심장박동 법에 서명한 후 묘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그가 민주당원이자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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