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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8-25 11:48
눈산조망대/ 커피는 정말 해로운가?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1,120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커피는 정말 해로운가?
 
지난 20일 한국일보 주최 ‘코리아나이트’ 야구경기가 열린 세이프코 필드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관람객을 여러 명 봤다. 내 앞자리 한인들도 그랬다. 한 여름에 독감이 번진 게 아니다. 며칠째 시애틀을 뒤덮은 산불연기 탓이었다. 타자가 때린 플라이 볼이 잘 보이지 않았다. 구장 상공을 날아가는 비행기들이 마치 안개 속의 유령선처럼 흐릿하게 보였다.

보건당국이 진작 연무경보를 발령했다. 대기 중에 연기와 재 등 미세먼지가 정상치 이상 섞여있어 건강에 해롭다며 될수록 과격한 야외운동을 삼가고 옥내에 머물라고 당부했다. 자상하지만 경보를 위한 경보일 뿐 실제로 ‘방콕’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보건당국 말대로라면 그날 야구경기를 취소했거나 선수들이 방독면을 착용하고 뛰었어야 했다.

우리 주변엔 하나마나한 경보가 숱하다. 하이웨이마다 “쓰레기를 버리면 (벌금 때문에) 가슴이 쓰라릴 것”이라는 경고판이 줄을 이어도 도로변 쓰레기는 여전하다. 술 마시고 운전하지 말라는 경고판도 무소부재지만 그 때문에 음주운전 사고가 줄었다는 통계는 없다. 물이 더러워 사람들이 손도 대기 않는 우리 아파트 연못에도 ‘수영금지’ 경고판이 서 있다.

그 하나마나한 경고가 최근 카운터펀치를 맞았다. 지난 3월 모든 커피제품의 포장에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경고문을 달도록 판결한 LA 지방법원의 코가 납작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 1,000여건의 관련논문을 검토한 후 발표한 보고서를 근거로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지난주 “커피는 건강에 무해하므로 안심하고 마셔도 좋다”고 받아쳤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의 최대일간지 시애틀타임스가 어제 사설을 통해 캘리포니아 주정부를 극구 칭송했다. 캘리포니아는 지난 1986년 통과된 주민발의안(Prop 65)에 따라 암과 기형아 출산을 유발하는 900여 종의 발암물질이 포함된 모든 식품에 경고문을 달도록 의무화했다. 커피 제품들은 이를 이행치 않아 8년전 소비자단체에 소송을 당했었다.

LA 법원 판결에 따라 스타벅스를 비롯한 전국의 900여 커피관련 기업체들은 제품의 경고문 부착은 차치하고 엄청난 벌금폭탄을 맞을 처지였다. 1998년 필립 모리스 등 4개 담배회사가 전국 46개주 법무장관들로부터 공동소송을 당한 후 흡연으로 인한 주민들의 질병치료 보상비로 물경 2,060억달러를 25년에 걸쳐 분납하기로 합의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Prop 65의 적용대상 식품에서 커피를 실질적으로 제외시킬 법안을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마련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주 보건당국은 커피에 발암물질인 아크릴라미드가 함유돼 있지만 커피를 마셔도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지 않고 오히려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이 권위 있는 수많은 연구기관들에 의해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커피의 아크릴라미드는 원두를 볶거나 물에 끓이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이 발암물질은 빵, 크래커, 비스킷, 시리얼, 포테이토칩 등 굽거나 튀긴 다른 음식에도 들어 있다. 함유량 자체도 미미하다. 실험에 사용된 쥐들은 아크릴라미드를 정상치의 10만배까지 투여받았다. 뭐든지 많이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 소금도, 설탕도, 우유도, 심지어 물도 그렇다.

하나마난한 경고문 논란에 연방의회도 개입했다. 커트 슈레이더(오리건) 하원의원은 LA 법원의 판결이 ‘오발탄 경고’의 대표적 사례라며 과학적으로 위험성이 판명된 제품들에만 경고문을 국한시키도록 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그는 “실질적 건강위해와 관계없는 경고문이 남발돼 소비자들의 경각심 제고는커녕 오히려 무관심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소송과 로비의 천국이다. 대부분의 경고문도 소송을 피하기 위한 요식행위다. 마켓 바닥의 ‘조심! 미끄러움’ 경고판도, 건축공사장의 ‘출입차량 주의’ 경고문도 그렇다. 이번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연방의회의 조치도 커피업계가 벌인 로비의 소산일 수 있다. 나도 커피 팬이다. 칼럼 쓰기를 마치고 한잔 마실 참이다. 하루 넉 잔까지는 괜찮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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