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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28 13:10
눈산조망대/ 원조 ‘플라이보이’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1,263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원조 ‘플라이보이’
 
코미디언 겸 쇼무대 MC로 사람들을 웃겼던 ‘후라이보이’ 곽규석(케이 콱)씨가 이민목회자로 변신한 뒤 19년 전 뉴욕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다. 후라이보이(Flyboy)는 ‘플라이보이’래야 맞다. 조종사라는 뜻의 이 닉네임을 그가 공군악단 사회자 시절부터 사용했지만 항상 ‘후라이보이’로 발음해 ‘후라이(거짓말)쟁이’라는 뉴앙스를 풍겼다. 역시 코미디다.

‘후라이 조종사’였던 곽씨와 달리 평생을 진짜 플라이보이로 일관한 파이오니어 한인 조종사가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은퇴 후 LA지역에 거주하는 체스터 장(한국명 장정기, 79) 박사다. 지난달 출간된 그의 자서전 <Altitude>(한글제목 ‘고공비행’)를 읽어보면 그가 곽씨보다 훨씬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한인 이민자의 표상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장 박사는 1.5세였지만 실제로는 주류사회에 완전동화한 2세다. 초대 LA총영사였던 아버지 장지환을 따라 8살 때인 1948년 미국에 왔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던 그는 백인일색의 남가주대학(USC) 인근 초등학교에 편입한 후 정체성 혼돈을 호되게 겪었다. 그러면서도 미국 아이들처럼 아르바이트를 했다. 자전거를 타고 LA 타임스를 매일 가가호호 배달했다.

한국동란의 파고는 미국에 있던 그에게도 밀려왔다. 아버지의 임기가 끝났지만 한국으로의 교통수단이 일체 봉쇄돼 귀국 못하고 있다가 집을 급습한 이민국 요원들에 불법체류자로 체포됐고3년간 서부지역 농장을 떠돌며 온 가족이 강제 노역했다. 요즘 불법체류자들이 겪는 강제추방 조치를 그는 이미 65년 전 화물선을 타고 3주간 태평양을 건너며 경험했다.

부산에 도착한 그의 가족은 미국에서처럼 홈리스였고, 경기중학에 편입한 장 박사는 역 정체성 혼돈을 겪었다. 미국에서의 5년여 생활이 그리웠다. 송도 미군부대를 찾아가 GI들과  어울렸다. 그의 가족은 1954년 수복된 서울로 옮겼고, 장 박사는 경기고교에 진학한 후 꿈에 그리던 미국으로 다시 오게 됐다. 미국정부가 처음 시작한 가족이민 케이스였다.

LA 하이스쿨에 편입한 후USC에 진학한 장 박사는 조종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 꿈의 실현에 올인했다. 당시 미국 항공사엔 유색인종 조종사가 전무했었다. LA 인근 호손의 항공학교에서 아르바이트로 공부한 후 18세에 연방항공청(FAA)의 민간 조종사 자격증을 땄다. 23살 때 거넬 항공사에 취직함으로써 그의 항공경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됐다.

그는 1967년 남가주 롱비치의 스튜어드-데이비스 항공사로 옮긴 후 지구촌 하늘을 누비며 전 세계 항공사에 비행기를 인도했다. 히말라야를 넘다가 고봉과 충돌할 위기를 모면한 적도 있다. 민간항공을 위장한 CIA 사업체인 에어 아메리카에서에서도 일했고, 조중훈 대한항공(KAL) 사장의 부탁을 받고 1971년부터 2년간 KAL 조종사를 훈련시키기도 했다.

그의 꿈은 1976 FAA의 풀타임 직원이 되면서 활짝 피었다. 여객기 조종사들이 벌벌 떠는FAA의 지정 조종사 검사관(DPE)이 됐다. 장기간 국방부로 파견 돼 한국․일본홍콩대만 하와이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일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사막폭풍작전과 특히 911 테러사태 당시 고위급 FAA 요원으로서 겪었던 위기상황들을 박진감 있게 서술하고 있다.

장 박사에겐 중요한 삶의 목표가 또 하나 있다. 고미술품의 수집과 기부이다. 아버지와 외가로부터 진귀한 한국 고미술품들을 물려받았고, 자신도 여행하면서 틈틈이 각국 미술품들을 수집했다. 그동안 LA 카운티 미술박물관, USC, 하와이대학 한국학센터 등에 자신의 소장품 중 절반가량인 500여점을 기증했다. ‘수집하고 나눈다’가 그의 철학이라고 했다.

그래서 LA의 한인역사박물관(관장 민병용)을 통해 발간한 이 자서전의 수익금도 절반을 홈리스 보호기관에 기부한다고 했다. 하지만 원조 역 역이민자이기도 한 그의 교훈은 따로 있다. 그는 한인 후세들에게 “내가 해낸 것들은 여러분도 해낼 수 있다. 여러분이 가진 잠재력의 한계는 진정 하늘과 그 너머까지 미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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