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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6-02 08:52
눈산조망대/ 희극배우의 비극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1,632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희극배우의 비극
 
코미디언 이주일이 “못 생겨서 미안하다”는 유행어를 만들어 웃겼었다. 그 말을 들으면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못 생긴 건 전혀 미안해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국회의원직을 끝내고 “정치가 종합예술인줄 알았더니 코미디다. 이곳(국회)엔 나보다 코미디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4년간 코미디 공부 많이 했다”고 말했다. 코미디언다운 해학이다.

이주일이 살아 있다면 대경실색할 코미디가 요즘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주일처럼 무대만담으로 출발해 배우, 작가, 연출가 등으로 대성한 로잰 바(65)가 사람 웃기는 본업을 제쳐두고 정치판을 기웃거리며 소셜미디어에 인종차별적 인신공격을 늘어놨다가 급전직하로 추락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녀를 감싸 안고 나섰다. 미국 정치도 코미디다.

로잰 바는 지난 3ABC-TV 20여년 만에 리메이크한 인기 시트콤 ‘로잰(Roseanne)’의 동명 주인공이다

일리노이의 한 왈가닥 주부를 모델로 블루칼라 보수계 백인들의 생활상을 투영한 이 드라마는 첫 회부터 2,500여만 시청자를 동원하는 홈런을 날렸다. 바의 출세작이었던 오리지널 ‘로잰’도 2년 연속 닐슨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뒀었다.

하지만 이 인기 재생 드라마는 두달만에 중단됐다. 바의 오만무례 탓이다. 그녀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백악관 선임고문이었던 밸러리 재럿을 원숭이로 비꼬는 글을 나흘 전 트윗했다

ABC의 채닝 던지 연예담당 사장이 즉각 ‘로잰’의 중단을 결정했고, ABC의 모회사인 월트디즈니의 밥 아이거 CEO가 흑인여성인 재럿에 전화를 걸어 대신 사과했다.

한때 대통령 출마설이 나돌았던 아이거는 바의 트윗 내용이 “용납할 수 없고, 불쾌하며, ABC의 가치관과 상충된다”고 지적한 던지 사장의 방영중단 결정이 ‘올바른 선택’이었다며 방송사는 수입보다 국민화합과 인종차별주의 타파를 더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BC는 시청률 1위 드라마인 ‘로잰’의 종방으로 10억달러 이상을 손해 본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지널 ‘로잰’의 주연배우로 에미상과 토니상을 모두 거머쥐었던 바는 소셜미디어에 비난 글이 봇물처럼 쇄도하자 30여분만에 사과 글을 트윗했다

그녀는 당일 새벽 수면제 앰비엔을 복용한 상태에서 재럿을 겨냥한 글을 트윗했다고 핑계 댔지만 해당 제약회사인 새노피는 “앰비엔이 인종주의를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다”고 응수했다.

바의 전 남편이며 오리지널 ‘로잰’에 가끔 출연했던 작가 톰 아놀드는 ‘로잰’이 20년만에 리메이크 된다는 말을 듣고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새 드라마의 주인공 로잰처럼 바는 실제로 외골수 트럼프 지지자이며, 오바마가 미국태생이 아니고 힐러리 클린턴은 아동대상 이상 성욕자라는 등 트럼프 음모론의 신봉자라고 주장했다.

바는 전에도 수잔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흑인)을 인종적으로 모욕하는 글을 트윗했었다. 재럿을 공격한 날 힐러리의 딸 첼시 클린턴을 조롱하는 글도 올렸다

2009년엔 한 유대계 잡지에 히틀러로 분장한 자신의 사진을 게재했다(그녀 자신도 유대계이다). 1990년엔 한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국가를 독창하다가 땅에 침을 뱉어 욕을 먹기도 했다.

‘로잰’의 중단 발표 후 트럼프가 끼어들었다. 바가 자신의 성원자이고 ‘로잰’의 시청자가 대부분 자기 지지기반인 백인 노동계층인 탓이다. 그는 바의 험구에는 일언반구 없이 대뜸 아이거에게 시비를 걸었다

그가 재럿에게 전화로 사과했지만 “ABC가 그동안 나에 대해 방송한 끔찍한 주장들에 대해서는 나에게 전화로 사과한 적이 전혀 없다”며 공격했다.

임박한 북미 정상회담과 치열해진 대외 무역전쟁으로 정신없을 트럼프가 ‘로잰’에까지 참견하는 것을 보면 역시 스태미나가 대단한 사람이다. 쇼맨 출신이긴 하지만 그는 이제 쇼 비즈니스에서 발을 빼고 정치에 전념해야 할 때다. 로잰 바도 이주일처럼 정치에서 눈을 돌리고 사람 웃기는 본업에 정진해야 한다. 머지않아 ‘로잰’이 재방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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