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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21 14:06
눈산조망대/ 별다방에서 생긴 일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1,518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별다방에서 생긴 일

 
옛날 서울 거리엔 다방이 한 집 건너 하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흔했다.  대부분 ‘꽁피’(담배꽁초를 끓인 듯 역겨운 커피)를 팔았지만 손님은 많았다

나도 동료들과 거의 매일 점심휴게시간에 회사 근처의 복작거리는 다방에 들렀다. 달리 쉴만한 곳이 없었다. 아예 다방을 자기 사무실로 치부하고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손님들을 만나는 장사꾼들도 있었다.

요즘 미국에도 다방이 한집 건너 하나마냥 흔하다. 한인들이 ‘별다방’으로 부르는 스타벅스다.

예전 한국다방과 달리 예쁜 마담도, ‘레지’도 없고 테이블도 극소수다. 그래도 장시간 죽치고 앉아 있는 고객들은 있다. 랩탑을 펴놓고 무료 wifi를 이용하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이다. 내 아들도 대학시절 아파트방보다 스타벅스에서 공부한 시간이 더 많았다고 했다.

거의 반세기 전(1971) 시애틀에서 고고의 성을 올린 스타벅스도 애당초 한국다방처럼 동네 사랑방을 표방했다. 누구나 들어와 음료를 구입하고, 친지와 환담하고, 약속한 사람을 기다릴 수도 있다. 3년전엔 음료컵에 ‘함께 달리자(Race Together)’라는 스티커를 붙여 스스로 인종차별 배격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Race’는 경주 외에 인종을 뜻하기도 한다.

그 스타벅스가 지금 인종차별 비난을 호되게 받고 있다. 지난 12일 필라델피아의 백인부촌 리튼하우스 스퀘어에 자리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멀쩡한 흑인청년 두명이 수갑 채워져 경찰에 끌려나가는 동영상이 한 백인고객의 셀폰에 찍혀 소셜미디어에 오르자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매장 앞은 연일 항의 시위장으로 변했고 소셜미디어엔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떴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단짝인 라션 넬슨과 돈티 로빈슨(둘 다 23)은 이날 백인 부동산업자와 약속한 시간보다 10여분 일찍 도착했다. 넬슨이 백인 매니저에게 화장실 열쇠를 부탁하자 그녀는 “음료를 구입한 고객들만 사용하게 돼 있다”며 거절했다. 그녀는 곧 이어 이들 자리로 주문받으러 왔고, 이들은 사업 상담자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주문을 미뤘다.

2분 뒤 매니저의 911 신고를 받은 경찰관 3명이 들이닥쳐 두 청년에게 다짜고짜 떠나라고 명령했다. 사람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해도 소용없었다. 때마침 도착한 부동산업자가 다른 곳에 가서 얘기하겠다며 두 청년을 풀어달라고 요청하자 경찰관은 이미 떠나라는 명령에 불복종했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며 이들을 불법침입 혐의로 수갑 채워 끌어냈다.

이 동영상의 조회수가 단번에 1,000만 건을 돌파하자 스타벅스의 케빈 존슨 CEO가 “욕먹을 짓을 했다”며 자복하고 현지로 날아가 두 청년에게 직접 사과했다. 529일 오후 전국 8,000여 직영매장의 문을 닫고 175,000여 종업원들에게 ‘무의식적 인종편견’의 시정요령을 교육시키겠다고 약속했다. 1,670만달러의 반나절 매출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스타벅스의 인종차별 논란이 필라델피아에서만 일어난 건 아니다. 지난 1월 남가주 토렌스의 한 매장에서도 백인 매니저가 백인고객에겐 화장실 열쇠를 주고 흑인에겐 주지 않았다. 두 명 모두 음료를 구입하기 전이었다. 흑인청년이 “피부색 때문이냐”며 항의하자 매니저는 사기업 침해라며 나가라고 요구했다. 이 동영상도 뒤늦게 소셜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물론 인종차별이 스타벅스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경찰총격에 목숨을 잃는 비무장 흑인 용의자들이 비일비재하다. 흑인학생은 사소한 잘못을 저질러도 백인학생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기 일쑤다. 쇼핑하는 흑인여성을 경비원이 뒤따라다니며 감시하거나 나갈 때 장바구니를 검사한다. 모두가 흑인이라는 죄 아닌 죄 때문이라고 인권운동가들은 개탄한다.

스타벅스가 전체 종업원들에게 ‘무의식적 인종편견’ 시정교육을 시킨다지만 그건 새발의 피다. 의식적 인종편견은 트럼프 행정부 치하에서 더 기승을 부리는 분위기다. 멕시코인들은 강간범이나 마약사범으로 매도되고 회교도들은 미국에 들어오지도 못한다. 차제에 한인들도 흑인과 멕시코인들에 의식적, 무의식적 편견이 없는지 자성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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