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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27 18:54
눈산조망대/ ‘아가사창’과 주객전도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2,004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아가사창’과 주객전도
 

한 지인이 지난 연말 송년파티에서 겪은 낭패 담을 들려줬다. 모처럼 노래실력을 과시할 기회여서 며칠 전부터 집에서 가라오케를 틀어놓고 연습했는데, 막상 파티 노래자랑에선 다른 사람이 자기가 부를 노래를 먼저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단다. 그는 잘 모르는 노래를 음정박자 다 틀려가며 부를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청중반응이 냉랭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얘기를 듣고 사자성어 ‘아가사창(我歌査唱)’이 생각났다. 내가 부를 노래를 사돈이 부른다는 뜻이다. 영어 관용구 ‘steal the show’도 비슷하다

남의 쇼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다는 말이다. 아가사창은 ‘적반하장’의 동의어이다. “사돈 남말한다”는 말처럼 비난받을 사람이 되레 비난하는 경우다. steal the show’는 ‘주객전도’에 딱 들어맞는다.

내달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을 지향하지만 평화도, 평창도 아닌 ‘평양’ 올림픽이 될 거라는 비아냥이 거세다

한국 땅에서 처음 열리는 역사적 동계올림픽을 김정은은 ‘아가사창’과 ‘steal the show’의 호기로 삼고 있다. 서울과 워싱턴DC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계속 위협해온 김정은이 평창 올림픽 참가를 자청한 속셈도 그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김정은이 노리는 메달종목은 따로 있다. 장외에서 펼칠 평화선전 게임이다. 대규모 공연을 통해 북한이 평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정상국가라고 선전해 미국과 유엔의 경제압박을 우롱하는 한편 문재인 정부의 ‘평화 올림픽’ 슬로건에 호응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여 북한에 비우호적인 남한 젊은이들의 인식을 바꾸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김정은의 아가사창 술책은 이미 반쯤 성공했다. 그가 손수 구성했다는 삼지연 관연악단의 현송월 단장이 엊그제 북한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판문점을 넘어 한국으로 온 뒤 12일간 국빈대접을 받았다. 그녀는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북한예술단이 공연할 장소의 규모와 시설 등을 체크했다고 했다. 한국정부가 지정하지 않고 자기들 입맛대로 골랐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통일기(한반도기)를 흔들며 함께 입장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팀을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하자는 북한측 요구도 문재인 정부는 기꺼이 수용했다.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구축의 길을 열 수 있는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국민들이 마치 바람 앞에 촛불을 지키듯이 힘을 모아달라”고 문 대통령은 호소했다.

북한에 끌려 다니는 양상의 ‘촛불 대통령’에 불만인 국민이 적지 않다. 현송월의 목전에서 김정은의 사진을 찢고 불사른 시위자들도 있다. 미국의 반응은 더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김정은의 평창 올림픽 ‘납치 획책’을 간파했다. 미국대표 선수단을 이끌고 올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올림픽 기간 내내 북한의 호전성을 까발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잇따른 핵폭탄과 미사일 실험으로 세계평화를 위태롭게 한 북한이 ‘평화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부터 무리다

북한의 올림픽 개념 자체도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북한이 처음으로 참가한 뮌헨 올림픽(1972)에서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사격선수 리호준은 “원수의 심장을 겨누는 마음으로 총을 쐈다”고 말했다. 남한과 미국이 바로 그 원수들이다.

올림픽의 정치오염을 탓할 수 없지만 평창 대회는 특히 심하다. 열심히 연습해온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북한선수에 밀려난다. 주최국인데도 태극기를 사용 못한다. 펜스 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으로 문재인 정부와 좌파 국민들의 반미감정 골이 깊어질 수 있다. 김정은이 노리는 바다. 이래저래 평창 올림픽은 북한에 ‘성공적 올림픽’이 될 공산이 크다.

평화 올림픽은 거의 따 놓은 당상이다. 일단 북한의 무력도발 우려가 없다. 하지만 올림픽 후엔 도루아미 타불이다. 북한은 변하지 않는다. 나 같은 6·25세대는 평생을 그런 기대 속에 살았지만 결국 북한은 핵강국이 됐고 남한은 여전히 미국의 핵우산을 받고 있다. ‘건군절’을 올림픽 개막 전날로 바꾸고 대대적인 무력 쇼를 벌이는 게 북한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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