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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6-25 19:41
[김상구 목사 장편소설] 끝나지 않은 전쟁(다리 14-2)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941  

김상구 목사(전 시애틀 한인장로교회 담임/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끝나지 않은 전쟁(다리 14-2)


14-2. 다리

상수가 지용이네 식구들과 함께 한탄말에 가서 성묘하려고 지금 덕배의 집에 와 있다. 경란은 집안 식구들이 내일 한탄말에 간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한탄말---한탄말---.>

경란에게 아주 친숙한 말이요 이 말은 경란에게 어떤 그림이 보여 질 것 같으면서도 그냥 자욱한 안개 같은 혼돈 속에 경란의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그러지. 그러지. 난 당신 때문에 한탄말에 안 가려고 했는데 당신이 간다면 당신과 함께 나도 가야지.
 
다음 날 덕배는 경란을 옆 자리에 태우고 뒷자리에 상수 내외와 지용을 태우고 한탄말을 찾아간다. 덕배도 3년 전 구장 어른 장례 때 가보고 3 년 만에 다시 찾는 여행길이다.

새마을 사업으로 길이 넓혀져 한탄말 구장 어른 집까지 차가 올라 갈 수 있었다.

차가 가쟁이를 지나 찬샘거리를 넘어 한탄말 입구에 들어서면서 경란의 눈이 반짝 반짝 빛을 냈다. 차가 마침내 구장 어른 댁 사랑방 앞, 구장 댁 머슴 덕배의 땀 냄새가 밴 사랑방 앞에 멈춘다

구장 댁 집은 먼 친척 되는 분 늙은 내외가 안채를 쓰고 있어서 사랑채는 비어있었다

문들은 창호지가 여기저기 구멍이 났고 문풍지가 이리저리 뜯겨져 있고, 사랑채 밖 마당 쪽의 마루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다가 슬금슬금 도망을 갔다. 뿌옇게 싸인 먼지 위에 고양이 발자국이 선명하게 들어났다.

<아 이집은---.>

경란의 머릿속에 잔뜩 꼈던 안개가 훤하게 벗겨지고 있다.

“아 아--.

경란은 짧은 신음을 하며 마루에 걸터앉는다. 상수 부인이 경란을 부추기며 물을 먹여준다. 경란은 조금 전, 자기 뒷머리를 누가 칼로 찔러 잡아당기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는데 그 통증이 서서히 등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경란에게 오랫동안 잊었던 기억이 되 살아나고 있었다.

<그래. 여기, , 방에 내가 다리에 총상을 입고 누어있었다.>

꽉 막혀 있었던 파이프가 뻥 하고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경란은 지그시 눈을 감는다. 모든 기억이 그림처럼 선명해지고 있다

이진호 소좌와 함께 인민군들을 인솔하여 이 한탄말까지 들어왔던 일, 여기서 잠복 중이던 국군을 만나 조그만 전투가 벌어지고 자기가 총상을 입고 덕배의 등에 업히어 이 마루, 이 방에 있었던 일, 경란에게는 행상바위 아래 굴에서 덕배의 보살핌을 받던 일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다시 먼지가 풀풀 나는 트럭 위, 쌀가마니에 올라타고 서울로 올라왔던 일, 그리고 말죽거리에서 덕배와 살던 일—과거의 기억들이 꼬리를 문다

<그래 내가 내 사무실에서 시퍼런 칼을 든 이진호를 만나고 ---.>

경란은 진호를 다시 만나 그 하수인으로 간첩 활동을 했던 일, 남편 몰래 이진호와 뜨겁게 몸을 섞던 일도 생각났고, 다시 경란의 기억의 테는 경란이 진호의 아지트를 찾아가 이진호 대좌에게 경숙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사정하고 위협했던 일까지 아주 선명하게 줄 줄 풀어지고 있다

아주 짧은 시간에 풀려지는 기억의 테이프는 빠르게 돌아갔다.

<신성옥, 그래 나는 신성옥이 가져다 준 물을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

“여보, 진호 엄마 괜찮아? 충주 병원으로 갈까?

땀을 흘리며 끙끙 대는 자신을 향해 덕배가 하는 말에 경란의 머리는 여러 가지 기억들이 풀려가다가 끝이 났다.

“괜찮아 —요. 좀 피곤해서. 

경란은 상수 부인의 부축을 받아 이번에는 구장 댁 안 채 마루에 요를 깔고 그 위에고 눕혀진다.

<그 동안 내가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았구나 얼마 동안일까?>

마루 벽에 붙어 있는 큰 글자로 된 달력이 19895월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은 5월 며칠 일까?>

경란은 오늘이 며칠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경란은 다시 경숙의 죽음을 생각해 낸다.

<이진호, 네가 내 딸 경숙이를 죽였구나. 이진호, 내가 반드시 너를 죽여 그 피를 경숙의 무덤에 뿌릴 것이다. 반드시--.>

구장 어른의 성묘가 끝나고 덕배의 차는 서울로 향한다. 상수와 지용이가 뒷골 집으로 갔고 경란은 뒤 자리에서 상수 부인에게 몸을 비스듬하게 기대고 눈을 감는다.

<내가 너 이진호, 너를 반드시  죽여서 경숙의 원수를 갚을 것이다.>

경란은 이진호가 은거하고 있는 청량리 역 부근의 아지트의 위치를 기억해 낸다. <동백야> 호프집도 기억해 낸다.

한탄말은 경란에게 잃어버렸던 과거의 모든 기억을 다시 찾게 해준 다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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