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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0-08 00:22
#미투(나도 고발한다) 1년…美 분열 속 대단결 일어났다
술취한 소년의 실수→대법관 탈락 위협…'달라진 풍경' '진보의 정치적 공세'란 편향성 비판 넘어야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 대한 성추문 폭로로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1년을 맞았다. 노벨문학상이 취소됐고 권력자 수십 명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전 같으면 만취한 17세 소년의 치기로 치부될 수 있었던 일도 연방 대법관 지명자 인준을 위협하며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박빙의 가결로 연방 대법관이 막 된 브렛 캐버노의 고교 시절 성폭력 의혹이 바로 그것이었다.
미투 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첨예하게 엇갈린다. 정치적 편향성과 구체적인 증거 없이 남성을 축출하고 있다는 비난, 19세기 여성 참정권 운동 이후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찬사로 말이다.
미투 운동은 지난해 10월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폭로로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는 '시카고' '킬빌' 등 수많은 할리우드 흥행작을 만든 영화계 거물. 뉴욕타임스(NYT)는 30여년 전부터 배우, 영화사 직원을 막론하고 자신과 성관계를 가지면 경력에 도움을 주겠다는 방법으로 성폭력을 자행했다고 보도했고 이후 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져갔다.
와인스타인은 "합의에 따른 성관계였다"며 언론사 등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맞섰지만 이후 피해 여성들의 폭로가 줄을 이었다. 첫 보도가 나온 지 2주 만에 50명 넘는 여성들의 증언이 나왔다.
여성들의 고발이 시작되자 이를 응원하겠단 의미의 위드유(#With You) 운동도 시작됐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 방송인들이 이 운동을 지지하며 미투는 들불처럼 번졌다.
최근엔 캐버노 지명자 청문회가 미국을 휩쓸었다. 5건의 성폭력 고발이 이어지며 수세에 몰렸으나 결국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캐버노에 손을 들어줬다. 보수적인 사법부를 만드는게 훨씬 시급했기 때문이지 그의 임명 자체로 미투 운동의 의미가 퇴색되진 않았단 평가가 적지 않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이 결과의 패자로 미국을 들었다. "정치적 양극화가 미 연방 대법관의 명성을 바닥에 떨어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 의의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캐버노가 대법관에 임명됐다해도 30년 전이었다면 17세 소년이 만취해 부린 작은 소동 정도로 치부됐을 일이 한 나라를 뒤흔들었다는 점에서 달라진 사회 풍경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AFP통신은 "여성들이 수년 동안 성폭력에 고통받고 자신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자괴감에 시달린 끝에 분노를 표출했다"며 "이제서야 피해 여성들의 증언이 지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투 운동이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총 27명의 미국 정관계 인사들이 성추문에 휘말렸다. 이 중 19명이 사임하거나 재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자신의 성폭력 혐의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경력에 타격을 입었다.
백악관 직원들은 물론 현직 판사와 산림청장, 연방재난관리청 인사담당 임원도 미투 운동 여파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처벌 비율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뉴욕 소재 컨설팅업체 테민이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인물에 대해 해고 등의 징계가 이뤄진 사례는 지난해 10월 전체의 20%였던 것에서 올해 5월 40%까지 2배 급증했다.
한계는 없을까.
캐버노 대법관 사례에서 봤듯 현재 미국 미투운동이 갖는 가장 큰 한계는 정치적 편향성이라 지적받는 것이다. 미투를 지지하는 쪽에서도 '민주당 전용 운동'이 된다면 힘을 잃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진보 세력이 조작한 히스테리'라며 성폭력 가해자를 두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회의론자들 사이에선 대중이 금세 피로감을 느끼는 까닭에 미투 운동의 불길이 곧 사그라들 것이란 시각이 많다.
그러나 여성 운동가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주장한다.
미국계 PR 컨설팅 업체 에델만의 리사 킴멜 캐나다 지사 최고경영자(CEO)는 이코노미스트에 "미투 운동의 효과와 영향력은 결국 남성이 어떻게 이를 수용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적 행동의 패턴이 변하는 데는 10년 이상이 걸린다. 미투는 이제 겨우 '한 살'이다.
진 신즈닥 미국여성정치센터 부장은 "미투 운동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라고 비유하며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즈닥 부장은 "미투 운동은 기업에 고위직 여성 비율과 남녀 근로자 간 평균 수입 차이에 대한 토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성 스스로가 직접 만들고 유지하는 환경에서 근무해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그럴 때 "미투 운동은 여성 참정권 운동 이후 남녀 사이의 공정한 합의를 위한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